범의약계 마련한 첩약 급여 가이드라인, 안전성‧유효성 검증에 초점
2020/09/17 12:0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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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위, 첩약 과학화 촉구 및 시범사업 개선 10대 방안 제시


범의약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정부 및 한의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등이 함께하는 ‘첩약 과학화 촉구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는 17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첩약 급여 논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병협 이왕준 국제위원장, 약사회 좌석훈 부회장,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
(왼쪽부터) 병협 이왕준 국제위원장, 약사회 좌석훈 부회장,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
병협 이왕준 국제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방안이 공개되지 않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10가지 개선 방안을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 안전을 위해 첩약에 대한 안전성·경제성·효과성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첩약에 대한 평가 방법과 기준을 우선 마련하고, 첩약 복용에 따른 이상 반응 기준과 한약과 양약의 중복 복용에 따른 상호 작용 및 이상 반응, 첩약 장기 보전으로 인한 약효·독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첩약 급여화로 인한 수요 증가가 한약제제 시장에 미칠 영향, 한약제제의 활성화와 급여 확대를 위한 기술적·정책적 방안, 조제·탕전료 수가 적정성 등 첩약과 한약제제의 경제성 평가와 함께 시범사업 모델을 임상 시험으로 설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효과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처방 단위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사례 연구 모음집에 불과한 한의임상표준진료지침(CPG)을 더 보완하고, 한약제제 처방을 위한 행위 정의와 첩약 시범사업 행위 정의를 비교 연구·평가하는 내용이 시범사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조제 단위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탕전기관을 포함한 조제기관의 시설과 공정의 표준화, 인력기준과 질 관리를 통해 조제 및 투약 제형으로서 탕제의 안전성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방의료기관의 조제실 또는 원외 탕전실은 진단·처방 및 조제·투약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 의약품 오·남용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원외 탕전실은 요양기관과 행정구역이 다른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관리부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위원장은 또 규격품 사용 대상 이외의 한약재에 대한 품질안전관리 방안 마련과 함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2015년 1월 한약재 GMP 제도 도입으로 ‘한약재의 안정성이 담보됐다’고 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중 회수·폐기 사례의 대부분이 한약재이고, 시범사업에서 규격품 사용 예외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면서 “규격품 한약재라 하더라도 토양, 재배환경, 기후조건, 생산관리자 등에 따라 유효성분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품질 및 안전성, 효과성 지표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덧붙여 “기원물질의 혼·오용, 제조 과정의 오염 및 GMP 시설의 관리 미비 등의 문제가 주로 제기되고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종 가공 및 생산기관인 hGMP 시설의 관리기준 강화 등 원재료 단위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 표준화가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안전한 처방과 투약을 위해서는 조제 전 전문가(한의사, 한약사, 한약조제약사)에 의한 처방의약품 수정 및 변경, 대체 등에 관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한약재 이력관리 바코드시스템을 도입해 시범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추적 관리, 불량 한약재 회수·폐기 등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 위원장은 ▲용량 대비 효과성 및 안전성 입증 ▲한약재 적정 관리를 위한 법체계 정비 ▲원외 탕전실의 불법 ‘제조’ 행위 금지 ▲재정 영향 평가 방안 마련 ▲한의약의 과학화를 도모할 수 있는 시범사업 설계 등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및 의료계 파업의 여진이 남은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려는 정부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복지부가 관련 단체에 이번 주까지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면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했다는 미명하에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아직까지도 의사 파업의 후유증이 정리되지 않는 틈새를 이용해 매우 신속하게 진도를 나가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전 의약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렇게 강행하려는 이유가 뭐냐”면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는 복지부 전체 행정의 총의를 모아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하려는 건지, 한의약정책과 등 특정 부서에서 의도적으로 서두르는 건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의약계가 제시한 조건들 특별히 한방이나 한약제제라고 해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간 우리가 보편적으로 진행해 왔던 안전성, 효과성 평가의 룰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정부 및 한의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개 공청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약사회 좌석훈 부회장은 이대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좌 부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건정심을 통과했지만 이를 시행하기에는 아직 불안정하다”면서 “정부는 ‘hGMP 시설을 통해 충분히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지만 건정심 통과 이후에도 잔류 농약 및 중금속 검출 등을 이유로 많은 한약재가 회수‧폐기되고 있다. 시범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의협 김대하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약계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우려를 표하는 건 직역 다툼이 아닌 국민 건강을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는 한방의 가치나 한의학의 발전을 폄훼하는 게 아니다. 한방치료나 첩약이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발전했으면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전제조건은 표준화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대상 질환에 대한 표준 처방이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에 유감을 표하면서 의정합의에 따라 협의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최근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등으로 인해 의료계가 집단행동을 했고 그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예정대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상당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면서 “의료계 입장에선 정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의정합의를 준수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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